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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식이가 학교도 썰리고 군대도 안갔다오니  엄여사(병식이 어머니)께서는 깊은 시름에 잠기셔 나에게 전화를 하셨다. 병식이의 앞날과 미래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던 중 급기야 눈물을 보이시길래 너무 마음이 아파 엄여사께 병식이를 우리삼촌회사에 일을시켜보자고 설득을 했다. 엄여사께서는 명문대나온(중퇴한) 내 아들이 건설사나 들어가서 세멘가루 맞는게 탐탁치않아 보이셨지만 지푸라기잡는 심정으로 오케이 하셨고 병식이는 그날로 우리 삼촌회사에서 3개월여간 인턴을 하게됐다. 아래 3개월간 병식이가 남긴 족적을 기록한다.  

1. 병식이는 근무 첫날 e클을 타고 나타나 경비아저씨께 차키를 던지고 발렛을 시키는 기염을 토했는데 화가난 아저씨에게 멱살을 잡히고 잔뜩 쫄아서 차에타 주차하다가 사장님 차에 기스를 내버린다.

2. 경영지원과 고차장님은 삼촌국민학교 짝꿍이시다. 병식이가 주차장에서 쌉짓거리를 하는것 보시고는 오랜짬밥으로 병신력을 느끼고 병식이를 콜해 꼽을 주셨다. 기분이 나빠진 병식이는 자기가 이회사 사장 조카인건 알고 꼽을주느냐고 반문했고 그 즉시 삼자대면이 이루어진후 경영지원과 막내로 일을 시작하게 된다.

3. 병식이는 회의준비를 맡게됐는데 회의자료 삼백부를 컬러로 인쇄해 교부하였고 프린트 접근금지를 맞았다.

4. 점심시간 사내식당에서 돈까스 3리필을 하고 아주머니와 언쟁이 붙어 자기 인사과직원인데 아줌마 짤릴줄알라고 엄포를 놓았다가 고차장님께 꿀밤을 쳐맞고 반성문을 써 아주머니한테 갖다바치는 수모를 겪는다.

5. 자꾸 옆자리 여직원에게 번호물어보다가 회의실로 자리이동을 당한다.

6. 6시가 퇴근시간인데 5시 50분에 가방싸고 몰래나와 인사도 없이 퇴근해버린다. (팀 환영회있었음)

7. 위 모든일이 출근 '첫날'에 이루신 업적이다.

8. 그날 바로 엄여사와 삼촌간의 유선상 회의가 있었고 인턴기간 3개월만 지켜보자는 결론이 나왔다. 병식이는 엄여사로부터 강력한 정신교육을 받았으며 그 다음날 부터는 군기가 바짝들어 차장님에게 화장실 가는것도 물어보고 가게 되었는데 문제는 외부손님들과 임원회의도중 병식이가 문을 벌컥 열고들어와 차장님께 "저.....화장실좀 가도 되겠습니까?"라고 물어봤다는 것이다. 삼촌은 병식이를 내보낸뒤 회의를 마치고 길길이 날뛰며 병식이 정신개조를 명령했고 결국 병식이에겐 사내 최강싸패등대리(킹점에 나오는 대장군 등이랑 똑같이생김)가 사수로 붙게됐다.

9. 병식이가 병식이짓 할때마다 등대리님은 병식이에게 회의실로 들어가 원주율을 외우게 했다. 이 양반은 정말 싸이코패스인가 싶을 정도로 감정기복,표현이 없는데 그 무표정으로 "삼십자리~"라고 하면 아직도 병식이는 광신도처럼 숫자를 왼다.  

 하지만 병식이는 서번트였다. 삼십자리 정도는 가볍게 외고 등대리에게 검사를 맡으러 갔다. 병식이가 의기양양하며 숫자 서른개를 가볍게 외자 등대리는 "50자리~"라고 읊조렸다. 그렇게 왔다갔다만 네다섯번을 하고 외워야할 숫자가 100자리를 넘어서자 시간은 밤 열시가 됐는데 악이 받친 병식이는 누가 이기나 하고 열심히 숫자를 외며 날밤을 깠다. 그렇게 등대리와 병식이는 회사에서 3일밤을 지냈고 3일차에 병식이가 숫자판에 토를 하고 그런 병식이에게 새로운 숫자판을 갖다주는 등대리를 고차장님이 말리면서 상황은 종결됐고 이후 병식이가 병식이짓 하려할때마다 등대리님이 숫자판을 꺼내려하면 귀신같이 정상인으로 돌아와 생활하는 병식이를 보며 삼촌은 흐뭇해했다.

10. 이후 등대리의 싸패짓때문에 병식이는 별 깊은 족적을 남기지 못하고 등대리 밑에서 착실히 3개월을 보냈다. 병식이는 회사에 정규직으로 남겠냐는 권유를 받았지만 전날 여직원에게 고백하고 차인 병식이는 쿨하게 권유를 거절하고 회사를 나왔다. 그리고 지금은 소소하게 까페나 하며 매월 적자를 보는 까페사장님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