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겨울, 매미소리

오늘도 옆방에서 매미소리가 들린다.
자동차 창문이 얼어서 열리지 않을 만큼 추운 겨울인데도.

 

매미성충은 그리 오래 살지 못하다고 하는데
벌써 한 달이 넘게 시끄럽게 울고 있다.

 

나는 옆집에 방음이 안되서 시끄럽다고 몇번이나 얘기했는데
옆집 사람은 당최 무슨 말은 하는지 모르겠다고 뻔뻔스럽게 말한다.
내가 분명히 듣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짙은 하늘, 회색, 말라서 금방 흩어지는 눈은 아주 천천히 내려 난간에 쌓이고 있다.
매미소리, 매앰 맴 맴, 매미소리, 매앰, 맴맴, 매미소리, 매앰 맴맴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옆집 문을 두드린다.

옆집 사람은 문을 열지 않는다.
나는 우두커니 문 앞에 서있다가 생각날 때마다 문을 두드린다. 똑똑.

 

어느 날, 문 앞 복도에서 매미가 탈피한 것 같은 벌레 껍질을 발견했다.
역시 옆집은 매미를 키우고 있다. 뻔뻔스럽게 잘도 잡아 뗀다.

 

오늘, 매미가 밤새 운다.
나는 며칠 잠을 못자서 충혈된 눈이 따갑다.

 

새벽 2시 반, 머리가 지끈거릴 정도다.
참지 못하고 옆집 문을 두드린다. 똑똑.

 

옆집 사람이 나온다. 흰색 런닝 차림, 눈처럼 하얗다.
화가 단단히 난 듯 붉어진 얼굴이 흰색 런닝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나보고 미쳤다고 한다. 정작 미친 사람은 집에서 매미를 키우는 사람인데.

 

참을 수가 없어서 문두드리려고 썼던 장도리로 옆집사람을 내려쳤다.
흰색런닝에 검붉은 피가 스며든다.
이 역시 백색과 적색의 대비된다.

 

이후 경찰도 오가고 옆집사람은 이사를 갔다.
매미소리는 더 이상 들리지 않는다.
역시 옆집에서 매미를 기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나는 약간씩 적금되는 불만을 곱씹으며 혼잣말을 하는 빈도가 늘었다.

 

이제 좀 잘 수 있겠지.

 

눈을 감는다.

어디선가 리코더 소리가 들려온다.
윗집에서 부는 것 같다.
내가 그렇게 불지 말라고 당부했는데도.

1개의 댓글

느낌있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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