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 이야기

어떻게 된 일이지?

어떻게 된 일이지?’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마주하게 된 것은 칠흑같은 어둠과 물비린내 뿐이었다. 형용할 수 없는 추위는 천천히 나를 삼키고있었다.

목까지 잠긴, 발이 닿지 않는 물속에서 헤엄치며 천천히 기억을 되짚었다.

 

지미와 클레오는 어떻게 되었을까? 혹시 날 버리고 도망간건가?’

 

누구를 탓할 수는 없었다. 모험을 핑계로 뒷산의 동굴로 가자고 제시한 것은 내가 분명했고, 그들은 충실히 나를 도왔을 뿐이다.

 

머리에서 흘러나온 따뜻한 물은 내 입가를 가로질러 턱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말하지 않고 무모한 탐험을 한 내가 머리까지 다쳐 돌아왔을 때, 부모님께 혼날 생각도 들지 않았다.

시간이 얼마나 흐른 지는 모르겠지만 이 곳을 탈출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저번 방학동안 귀찮음을 핑계로 수영 클래스에 나가지 않았던 내 자신을 탓하며 버둥거리며 손에 잡히는 것을 필사적으로 찾았지만 발을 디디거나 잡을 수 있는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저 머리 위 동굴의 천장이 머리에 닿을 정도로 가깝다는 사실만 알 수 있었다.

살려달라고 소리를 질렀을 때 돌아오는 내 목소리는 이 공간이 얼마나 넓은지 알 수 있게 해줬다.

 

가라앉지 않도록 허우적대는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극도의 추위는 점점 가까이 다가왔고, 정신이 몽롱해짐을 느꼈다.

 

젠장. 설마 부모님께 혼날거라 생각해서 알리지 않는 것은 아닐 거야.’

 

사실 친구들은 작은 구멍에 빨려들어가듯 추락하며 사라지는 나를 보며 필사적으로 손을 잡으려 노력했고, 미끄러지며 떨어질 때 튀어나온 종유석에 머리를 부딪히는 소리도 들었을 것이다.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와 함께 사라진 기억은 돌아오지 않았지만 그들이 어른들에게 도움을 청하러 갈거라는 사실은 당연했다.

 

얼마동안 기다렸을까. 점점 밀려오는 졸음과 함께 버티기 힘든 시간이 계속되었다.

정신은 아득해지고 추위도 이젠 참을 수 없는 수준을 넘었다.

모든 것을 포기할 때 쯤 동굴을 작게 울리는 소리가 들렸고, 이내 웅성웅성하는 소리와 함께 내 이름을 부르는 낯선 어른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젖먹던 힘까지 짜내어 나는 소리질렀다.

 

살려주세요!”

 

내가 떨어진 것으로 보인 구멍에서 로프를 잡고 간신히 내려오는 911 구조대원을 보며 이내 나는 눈을 감았다.

 

 

정신이 들었을 땐 구급차 안에서 걱정스런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부모님과 눈이 마주쳤다.

살았다는 안도감과 함께 얼마나 혼이 날지 걱정스런 내 자신이 한심해 피식 웃음이 나왔다.

 

엄마 아빠. 부모님 말씀을 잘 들으라는 목사님 말씀이 생각났지만, 수영 클래스는 물이 무서워 못 나갈 것 같아.’ 라는 말에 부모님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마 오랫동안 차게 식어진 내 몸을 데우기엔 덮어준 구급 담요는 충분하지 않은 듯 했다.

아직도 덜덜 몸이 떨렸고, 부모님께 더 따뜻한 담요를 달라고 말했다.

그것은 따뜻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 몸을 차갑게 식히고 있었다.

 

아직 가시지 않은 추위에 다시 난 정신을 잃었고 다시 눈을 떴을땐 칠흑같은 어둠과 물비린내 뿐이었다.

 

 

 

 

 

 

몇년 전에 읽었던 글인데 출처를 도저히 못찾겠넴..

기억에 의존해서 쓴 글이다 보니 표현들이 많이 각색되었을듯..

혹시 출처 아는 개붕이 있으면 알려줘.. 원글 꼭 다시 읽고 싶음ㅜ

2개의 댓글

2023.06.10

2ch 번역글 중에

스킨 스쿠버 갔다가 신혼부부 중 한쪽이 수중 동굴에 고립되는 내용으로 봤던 것 같음

0
2023.06.11
@사나이테스트

찾았다ㅠㅠ 고마워 개붕쿤!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5/read/17190825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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