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 지식

우울증 탈출기 1 - 뒤틀리며 자란 성장기

그냥 오랜시간 개드립을 한 이용자 1명이 우울증에 걸리고 회복되는 과정을 서술한 길고 지루한 글임. 
인터넷에는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많아도 회복을 한 사람은 잘 보이지 않아서 내가 글을 쓰고싶었음. 
주의! 읽다보면 우울감이 느껴질 수 있음

 

가장 어렸을 때 기억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나는 불안감이 가득한 채로 이사 와서 짐을 풀던 광경이 떠오른다. 주위는 어수선하고 나는 어디에도 속해있지 않다. 나의 어린 시절은 그랬다. 불안하고 어디에도 속해있지 못했고, 잘 적응하지 못했다.

 

초등학교 ~ 고등학교를 거치면서 비슷한 일들의 연속이었다. 친구를 만들고 절교하고, 조직에 들어가면 대부분 오랜 시간을 버티지 못하고 나오곤 했다. 나 스스로 그런 모습이 싫기도 했지만, 어떻게 고쳐야 할지 물어볼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학교에 있던 상담실을 가끔 찾아가 앞에서 서성거리곤 했지만, 정작 제대로 된 말은 꺼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버지는 그런 내 모습을 항상 엄하게 꾸짖었다. 내 감정이나 기질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항상 내가 노력을 하지 않아서 적응하지 못하는 것이라 하셨다. 나는 그런 노력에 지쳐서 어느 순간부터는 다른 사람인 척 연기하는 것을 반복했다. 그런 나는 별로 방황할 생각을 하지 못했는데, 아버지는 집안에 돈이 없다는 것과 자신의 고혈압이 나의 행동 때문인 것이라며 매일같이 말했기 때문인 것 같다. 어릴 적부터 효도와 남자로서 당연히 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 중시하라 하시며 나에게 주입했다.

 

나는 학교에서

감정이 극도로 흥분될 시점에서도 얼굴은 웃으려 했고

슬프고 굴욕적인 상황에도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연기를 했다.

좋은 감정은 다른 핑계로 다른 사람에게 잘 보이지 않도록 했다.

 

가령 급식비를 오랜 시간 내지 못해서 선생님에게 호명되거나, 혹은 나에게 시비를 거는 녀석에게 뺨을 맞아도 가만히 있었다. 오히려 그런 순간에 웃은 적도 있었다. 그래야 싸우지 않고 돈이 나가지 않으니까 말이다. 친구들이 뭔가 하자고 제안을 해도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돈이 좀 든다고 하면 온갖 핑계로 무마하고 나는 그 자리에서 빠졌다. 자연스럽게 나는 이렇게 컸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말이다.

 

20살 성인이 가까워질수록 나는 사람들의 동정 어린 말과 시선을 많이 받았던 기억이 있다.

"굳이 그렇게 안 해도 되"

"우리는 네가 그렇게까지 하는 것을 원치 않아"

"그냥 너 하고 싶은 거 하면 되"

...

 

많은 영화와 소설을 보면서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조금씩 이해하려 했고, 어쩌면 나 같은 사람도 많은 사람의 종류 중 하나라고 생각이 들었다.

나의 아버지는 스스로 친구가 많다고 말을 했다. 같이 술을 마시는 친구들이다. 술을 마시면 항상 나를 붙잡고 1~2시간 가까이 이야기를 했다. 같은 이야기의 반복이다. 나의 뇌에 그 이야기를 반복해서 하면 저장될 거라고 믿는 사람처럼 고압적인 분위기에서 이야기했다.

21살 쯤 이었다. 아버지는 뭐가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또 내가 뭐가 못마땅했는지 나를 붙잡고 다시 이야기를 내 귀에 쏟아부으려 했다. 나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던 것 같다.

 

"내가 시험을 못 보고 와서 아버지의 4~5시간 되는 이야기를 들으면 다음날 정서적으로 미친 듯이 불안해서 학교에서 그 누구도 이야기하기 힘들었다. 나는 내 소중한 친구들을 모두 잃었다. 이게 당신이 원한 건가?"

"당신의 양육방식을 잘못되었다. "

 

그 이야기를 듣곤 아버지는 그날 밤새 걷다가 집에 오셨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모른다. 다만 아버지의 폭언은 그날 이후로 멈췄다.

 


나는 얼마뒤에 군대에 입대를 하게 된다. 

 

 

 

 

 

 

 

 

 

 

 

 

 

 

 

1개의 댓글

2023.11.27

힘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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