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미국인의 시적인 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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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 1월 21일, 미국 정보함 푸에블로호가 해상에서 활동하던 중 북한에 의해 납북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북한은 이들 승조원들을 고문하고 구타하며, 이 사건을 계기로 미국을 비난할 프로파간다를 준비하게 된다. 그리하여 북한은 6월 경 푸에블로 승주원들을 모아 여러 차례 단체 사진을 촬영한다.

 

그러나 승조원들은 이에 순순히 굴복할 생각이 없었고, 한가지 비범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바로 손가락이었다.

 

당시 북한의 불합리한 포로 처우와 고문, 그리고 자신들을 프로파간다에 활용하려는 행태에 불만을 품었던 미 승조원들은 항의성 퍼포먼스로 대응했는데, 그것은 카메라를 보며 가운데 손가락으로 화답하는 것이었다. 이 대담한 행위는 북한 측이 이 제스쳐가 어떤 의미인지 모를 거란 판단에서 였다. 당시 승조원이었던 스튜 러셀은 "손가락은 프로파간다에 항의하는 중요한 부분이 됐다. 사진 찍을때마다 우리 손가락이 올라갔다"라고 회고했다. 

 

이들의 시적인 중지는 한장으로 그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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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차례의 사진 촬영에서도 미국인들의 시적인 중지는 멈추지 않았다. 누군가 그 제스쳐가 뭐냐고 물을 때도 승조원들은 "이 제스쳐는 하와이식으로 행운을 빈다(good luck)는 의미다.'라는 식으로 영리하게 회피했다. 북한은 거의 한달 가까이 이 사실을 모른 채 사진을 공개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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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들의 패기는 그리 오래 가진 못했다. 푸에블로 승조원들의 단체사진은 이 시적인 중지의 '진짜 의미'에 대한 친절한 설명과 함께 타임지에 기고되면서 막을 내렸다. 북한은 더욱 분개하여 승조원들을 가혹하게 다뤘다. 승조원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11개월을 보내야 했고 지난한 협상 끝에 그 해 12월 23일 석방되었다.

 

푸에블로호는 평양시 조국해방전쟁승리 기념관 앞으로 옮겨져 여전히 그 자리에 머물러있다.

 

4개의 댓글

2024.03.26
4
2024.03.27

존나 소심했네 ㅋㅋㅋ

1

타임지 이 나쁜새끼들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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