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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2등, 콩의 술 아르마냑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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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오늘 할 술 이야기는 영원한 2등의 술, 아르마냑에 대해서야.

 

술을 좋아한다면 한 번 쯤 들어보지만, 국내에서는 그리 많은 종류가 유통되지 않는 술이기도 하지.

 

꼬냑의 인기와 명성에 가려져 있지만, 아르마냑은 굉장히 훌륭한 품질을 가진 브랜디인 만큼, 기회가 되면 한 번 마셔보는 것도 좋을거야.

 

그럼 이야기를 시작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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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냑은 꼬냑과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지역명이야.

 

프랑스 가스코뉴 지방의 아르마냑 주에서 생산되는 브랜디를 아르마냑이라고 하지.

 

참고로 프랑스에서 최초, 아니 세계에서 최초로 브랜디를 만든 지역이야.

 

1310년대 아르마냑 지방의 바자르마냑(Bas-Armagnac)이라는 곳에서 포도를 이용한 증류주를 만들었다고 하는 이야기가 있어.

 

아르마냑의 전성기는 15세기에서 17세기로, 이 시기에 아르마냑 지방은 브랜디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었지.

 

1646년에 증류기를 구입했다는 기록이 있고, 이후 1700년대에는 베르사유 궁전에 납품되는 술이기도 했어.

 

한때 프랑스를 대표하는 브랜디가 바로 아르마냑이었던 거지.

 

그랬던 아르마냑이 왜 지금에 와서는 꼬냑에 따잇!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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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코냑과 아르마냑의 지리적 차이에 있었어.

 

지도에서 보듯이 꼬냑 지방은 바다를 끼고 있는 반면, 아르마냑은 완전히 내륙이지.

 

수출과정에서 가까운 지역에 있는 술이 좀 더 우대 받았고, 그 결과 아르마냑은 주로 프랑스 내에서 소비되고, 꼬냑은 배를 타고 영국을 비롯한 유럽 전체로 수출이 이어졌고, 결국 인지도에 의해서 밀린거야.

 

코냑과 아르마냑이라는 두 지역명 때문에 붙은 술 역시 "뭐야? 꼬냑 짭 아니야?" 라는 오해를 받았을 가능성도 꽤 있을 거 같아.

 

영국인들이라면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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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아르마냑은 주 생산지역에 따라서 3종류로 나눌 수 있어.

 

바자르마냑

 

아르마냑 테나레즈

 

오드아르마냑

 

각 지역별로 특징이 나뉘지만, 정작 나도 바자르마냑 지역 아르마냑만 마셔봐서 뭐라고 할 수가 없네.

 

역사적으로 이 동네가 가장 먼저였고, 생산량 역시 많기 때문에 세계적으로 돌아다니는 아르마냑은 바자르마냑인 경우가 많아.

 

각 지역의 토양적 기후에 따라서 포도의 맛이 다르다는데, 솔직히 수입이 안되니까 비교 분석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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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마냑과 꼬냑의 가장 큰 차이는 증류법에 있어.

 

전통적으로 아르마냑은 단일 증류라고해서 최초의 증류를 통해서 56%~60% 정도의 원액을 생산하는데 반해

 

코냑은 이중 증류를 통해서 최초에는 26%~32%사이의 원액을 생산하고, 이걸 다시 증류해서 72%~78% 수준의 알코올을 가진 원액을 생산하지.

 

덕분에 아르마냑은 꼬냑에 비해서 좀 더 섬세한 맛을 가지고 있어.

 

사람에 따라서는 약한 맛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지만, 향이 가지는 화려함에서는 꼬냑에 전혀 밀리지 않으며 개인적으로는 향은 꼬냑보다 아르마냑이 더 좋다고 생각해.

 

다만의 맛의 결이 다른데, 꼬냑 쪽이 좀 더 강한 맛을 가지고 있지.

 

이건 취향 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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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가지, 꼬냑은 빈티지를 붙여서 파는 경우가 드문 반면 대부분의 아르마냑은 오피셜 제품외에도 빈티지 제품들이 무척이나 많아.

 

사실상 매해 빈티지를 붙인 제품을 생산하는 덕분에 흔히들 말하는 생빈, 즉 생년 빈티지를 찾기가 쉽지.

 

프랑스의 레스토랑에서 식후주로 아르마냑은 지정하면 종종 태어난 해를 물어보고, 그 해에 생산된 아르마냑을 추천해주기도 해.

 

꼬냑에 비하면 가격이 그렇게 부담스러운 정도는 아니지만, 나이가 많으면 좀 부담스러울지도 모르겠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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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아르마냑은 꼬냑에 비해서 대기업이 생산하는 경우가 많지 않아.

 

주로 아르마냑 지방의 농부들이 증류기를 대여해서 생산하기도 하는데, 그 덕분에 유쾌한 라벨들도 꽤나 있지.

 

2020년 기준으로 아르마냑의 연간 판매량은 280만병으로, 2억 2천만 병을 파는 꼬냑의 1%수준의 생산량을 자랑하지.

 

가장 큰 아르마냑 생산자가 연간 25000케이스를 생산하는 반면, 꼬냑은 800만개의 케이스를 생산해.

 

압도적으로 규모의 경제에 밀리는 거지.

 

덕분에 아르마냑은 생산량의 45%만이 해외로 수출되고 나머지는 다 프랑스 국내에서 소비되.

 

참고로 꼬냑은 2%만이 프랑스에 남아있고, 98%가 수출되지.

 

그리고 이 남은 2%는 아르마냑 전체 생산량의 2배야.

 

그야말로 하꼬 브랜디라고 할 수 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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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로 아르마냑이 위치한 가스코뉴 지방은 전통적으로 사냥을 통해서 잡은 오리나 사슴, 새고기등 흔히들 지비에(gibier)라고 불리는 재료를 이용한 가스콘 요리로 유명한 곳이야.

 

프랑스 요리에 관심이 있거나, 아니 그냥 요리에 관심이 있다면 알만한 오리 다릿살을 이용해서 만드는 콩피가 이쪽 지역에서 시작된 요리지.

 

아르마냑의 생산지이기도 하다보니, 이 지역 요리들은 전통적으로 아르마냑을 이용한 요리들이 제법 있어.

 

플람베를 하거나, 때로는 소스를 만들기도 하고 말이야.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요리가 있는데, 이 요리는 법으로 금지 됐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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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가장 잔인한 요리법이라고 불리는 오르톨랑이 바로 그거지.

 

회색머리 멧새를 잡아서 2~3주간 음식을 강제로 먹여서 살을 찌운 다음, 아르마냑이 가득 담긴 잔에 빠트려서 익사시켜서 만드는 요리야.

 

먹어본 이들의 증언에 따르면 정말로 맛있다고 하는데, 궁금은 해.

 

술에 빠진 멧새는 숨을 쉬기 위해서 움직일거고, 그 사이에 아르마냑을 마시면서 몸에 아르마냑 향이 돌게 될텐데 말이야.

 

"죄책감이 음식의 맛을 돋우는 것이라면 오르톨랑은 세계 최고의 음식 가운데 하나다." 라는 말처럼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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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아르마냑으로는 도멘 도랑상 15년을 추천하는 편이야.

 

다르띠가롱그가 있다면 더 좋겠지만, 상대적으로 잘 안보이는 편이라서 데일리샷 같은데서라도 주문할 수 있는 이걸 추천해.

 

흔히들 아르마냑은 15년 이후부터 본격적인 전성기를 맞는다고 이야기 하지.

 

오크통에서 시간을 보낸 오드비는 증발로 인해서 집중 된 증류주에 점성이 생기고, 알코올이 휘발되면서 더욱 둥글둥글한 감촉을 가지게 돼.

 

과일이 응축되고 산화될 때 생겨나는 란시오(rancio) 라는 향 덕분에 특유의 독특한 풍미를 가지게 되는데

 

아르마냑이 가진 향기는 자두나 무화과, 호두, 초콜릿, 커피 같은 풍미와 란시오 특유의 너티함이나 버터리한 향이 더해지지.

 

아르마냑의 종류에 따라서 그 향기는 천차만별인데, 개중에 몇 개는 굉장히 화사하고 향긋한데 비해서 어떤 제품은 묵직하고 풍부하지.

 

꼬냑과는 비슷하지만 다른 느낌인 술, 아르마냑이야.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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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4 일 전

좋은 글 항상 감사합니다.

아르마냑 먹고 싶어도 주위에 잘 없어잉...

0
3 일 전

어쩌다 다르띠가롱그 미니어처 한 병 사서 맛을 본 적이 있었는데 정말 좋더라

큰 병으로 하나 구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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