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100억 달탐사 큐브위성 개발이 불가능했던 이유에 대하여

IMG_7456.webp

 

 

위 트윗에서 나온 달탐사 큐브위성에 대해서 큐브위성 개발에 발 담궈본 입장에서 해당 위성의 개발이 불가능했던 이유를 전달해보고자 글을 써보려고 해

 

먼저, 취소될 당시 과기부 정책브리핑을 인용하자면, 23년 말부터 24년 4월까지 약 4개월 동안 달궤도로 발사할 위성을 개발하고 미국으로 운송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어

 

○ 그러나, 동 임무는 4개월여의 단기간에 통상의 지구 저궤도보다 훨씬 높은 고도에서 작동하는 위성을 개발해야 하는 촉박한 일정에 따른 위험 등을 고려하여 국회 심의 과정에서 최종적으로 반영되지 못하였습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제로베이스에서 큐브위성을 만든다는 가정 하에 4개월 안에 개발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고, 그 근거를 아래 두 가지로 들려고 해  

1) 큐브위성 임무 선정, 개발, 시험  등 개발 프로세스 문제, 해외 부품 수급 4개월 이내에 불가

2) 주파수 자원 4개월 이내 확보 불가

 

1. 큐브위성의 개발 프로세스 및 해외 부품 수급

큐브위성 개발 프로세스.PNG

(이미지 출처 : 큐브위성의 시스템 설계 및 제작을 위한 시스템 공학, 구인회 외 2명, https://www.jstna.org/archive/view_article?pid=jsta-3-4-342)

 

큐브위성도 다른 산업들의 제품들처럼 위 이미지의 V모델 개발 프로세스를 따라 개발되는데, 임무 분석 및 요구조건 수립, 위성체 설계(부품 제작 및 구매 포함), 위성체 부품 시험 및 조립, 환경시험 과정을 거쳐서 시험인증 모델, 비행모델(임무에 따라 2기 이상)을 개발하게 돼. 이 과정이 큐브위성 경연대회 팀 기준으로 3년 정도, 천문연, 항우연에서 개발한 도요샛의 경우에는 2017~2021년까지 5년에 걸쳐서 개발을 진행했어. 

 

물론, 이미 궤도에서 검증된 큐브위성 플랫폼의 경우에는 환경시험 생략하고 양산해서 올리기도 하는데, 위에서 언급된 프로젝트는 달탐사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진행되기 때문에 더 철저하게 우주환경 검증이 필요한 케이스고 이미 검증했던 위성에 임무탑재체를 넣어서 발사하는게 아닌 이상 4개월은 위성 임무 선정, 개발, 시험평가에 있어서 매우 부족한 시간이라고 볼 수 있지.   

 

그리고 국내에서 큐브위성 개발할 때 통신, 전력, 자세제어 등 일부 부품에 대해서는 해외 제품들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한 회사의 질답글을 인용하면,  

 

The lead time of a CubeSat up to launch readiness depends on the complexity of the satellite mission and its payload. A standard CubeSat bus has a lead time of 4 – 9 months, depending on the complexity. A fully integrated CubeSat mission, including the payload procurement, the flight software implementation and verification and test, has a typical lead time of 12-18 months. Depending on the complexity of the mission and payload a longer lead time might be applicable. On the other hand, repeat orders of identical spacecraft platforms and full satellites can bring the lead time down to 6-8 months 

(출처 : https://www.isispace.nl/faq/)

 

큐브위성 버스 물품(통신, 전력, 자세제어 등)의 리드 타임이 4~9개월 걸린다고 되어있는데, 4개월 동안 달탐사 큐브위성을 개발한다고 했을 때 해외물품을 구매할 경우 미국 보낼 시간 넘어갈 때가지도 제품이 안 오는 경우가 생길 수도 있다는 거지.

 

2. 주파수 국제 등록

주파수 등록 프로세스.PNG

(이미지 출처 : https://www.albaorbital.com/new-blog/2020/3/26/vyi928pm62ypwcgbrhv2z3cjqvckxn)

 

큐브위성이 우주에서 통신을 하려면 주파수를 확보해야하는데, 최소 발사 2년 전에는 주파수 자원을 확보하겠다는 국제 등록을 전파연구원을 통해서 진행해야해. 등록 과정은 대략 사전공표(API) 자료 제출, 사전공표(자료 제출 후 3개월), 이의제기 및 조정(사전 공표 후 6개월), 통고(Notification) 자료 제출 등의 순서로 이루어지게 되는데, 개인적 경험에 의하면 145MHz, 435MHz 대역같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아마추어 주파수 대역을 등록하는 것도 위 과정 따라서 1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었어.

 

그런데 달탐사 큐브위성에 사용되는 통신 대역은 2GHz, 8GHz 대역이고, 이 주파수 대역들은 큐브위성이 아니라 다른 위성들에서도 많이 사용하는데 주파수 조정에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 적어도 4개월 안에 확보하고 등록을 완료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봐.

 

3. 마치며

NASA에서 제안한 달탐사 큐브위성 개발 임무에 대한 개발 비용이 24년 1월 과기부 정책브리핑에서 발표했던 개발 기간(4개월)에 대한  위험성을 근거로 예산심의에 반영되지 못 했던 건 안타깝지만, 위에서 제시한 2가지 이유를 근거로 충분히 합리적이라고 생각해.

 

이상으로 부족한 글을 읽어줘서 고맙고, 글에 대한 반박이나 다른 의견들은 언제든지 환영해. 

 

3줄 요약

1. 큐브위성을 4개월 안에 개발해서 발사하는 것은 아래의 이유에 의해서 불가능함

2. 개발 프로세스 및 해외 부품 사용하는 경우 수급기간 문제, 주파수 국제 등록 문제

3. 우주탐사 안 하는 걸 깔거면 소행성 아포피스 탐사 취소시켰던 걸 까는게 맞다

10개의 댓글

3 일 전

총 100만큼의 MM이 필요한 연구과제가 있다고 가정했을 때 적당한 기간을 설정하고 MM을 배분하는건 정말 중요한 일임

그리고 연구의 성격에 따라 5MM을 20개월 투입하는게 효율적일 수 있고 10MM을 10개월 투입하는게 효율적일 수도 있음

 

그런데 이 부분을 생각 안 하고 무조건 예산 총액만 맞춰놓거나 100MM을 1개월 투입하면 연구가 돌아갈 줄 아는 인간들이 많더라 ㅋㅋ 쉽지 않음

6
0
3 일 전

???: 그래서, 해봤어?

0
why
3 일 전
@가끔허언증함

ㅋㅋㅋㅋㅋㅋㅋㅋ 과연 누가 이 질문을 날릴 것인가

0
1 일 전
@가끔허언증함

맞아는 보셨는지요?

0
3 일 전

나도 기사로만 100억 없어 못간다 만 보고 오해했는데 감사.

 

 

0
why
3 일 전
@maino

어제 개드립 올라갔던 글 보고 좀 바로잡아보고 싶어서 쓴 글이었는데 읽어줘서 고맙다

1
3 일 전

정보 추!! 너같은 사람이 많아지면 좋겠엉

1
2 일 전
0
2 일 전

과학 판에 자주 와야겠구만 재밌는 글 노력 ㄳㄳ

0
무분별한 사용은 차단될 수 있습니다.
번호 제목 글쓴이 추천 수 날짜
12490 [기타 지식] [약스압]얼마나 말이 안되는 걸까: 올해 6월 모의 영어문제 ... 2 시에는퇴근할거야 0 1 시간 전
12489 [기타 지식] 얼음과 칵테일의 상관관계 1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4 지나가는김개붕 4 19 시간 전
12488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어머니의 죽음, 그리고 11개월 뒤 체포된 자매 2 그그그그 2 1 일 전
12487 [기타 지식] 2024년 방콕 광역권 지도 업데이트 13 쿠릭 9 2 일 전
12486 [기타 지식] 조만간 유럽행 항공권 가격이 비싸질 예정인 이유 21 K1A1 15 2 일 전
12485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낮에는 유능한 소방관에서 밤에는 연쇄 살인... 4 그그그그 8 2 일 전
12484 [역사] 삼국지 장각 시점에서 본 황건적의 난 식별불해 4 3 일 전
12483 [호러 괴담] 펌, 번역) 이상한 AI 9 대다크 9 3 일 전
12482 [과학] 100억 달탐사 큐브위성 개발이 불가능했던 이유에 대하여 10 why 21 3 일 전
12481 [기타 지식] 감정을 표현하는 434가지 단어 9 Infinity 1 3 일 전
12480 [역사] 2024 제1회 안동문화상 문학분야 공모전 2 따스땅 0 3 일 전
12479 [자연] 약혐) 오싹기괴 냉혹한 쥐며느리의 세계... 36 식별불해 33 4 일 전
12478 [역사] 삼국지 장각은 거대한 음모의 희생자였을까 2 식별불해 9 5 일 전
12477 [기타 지식] 뻔한 이야기지만 결국엔 맞는 이야기 9 Infinity 2 5 일 전
12476 [호러 괴담] [살인자 이야기] 매춘부만 노렸던 서퍽의 교살자 4 그그그그 3 6 일 전
12475 [기타 지식] 칵테일에 소금물을 넣어보세요, 살린 솔루션편 - 바텐더 개붕... 6 지나가는김개붕 7 6 일 전
12474 [기타 지식] 웹툰 나이트런의 세계관 및 설정 - 괴수 1부 16 Mtrap 7 6 일 전
12473 [기타 지식] 영원한 2등, 콩의 술 아르마냑 편 - 바텐더 개붕이의 술 이야기 2 지나가는김개붕 3 6 일 전
12472 [역사] 삼국지 황건적 두목 '장각'은 한낱 사이비 교주였을까 4 식별불해 9 7 일 전
12471 [기타 지식] 손해를 떠넘기는 사람들과 감당할 수 없는 사회 16 키룰루 26 8 일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