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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대학생활을 참 재미지게했다. 학업은 뒷전이고 날이면 날마다 모험과 어드벤쳐에 사건과 엑시던트의 연속이었고 자연스레 주위에 갖가지 인간군상들이 모이게 됐는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과 친해지고 모두가 날 좋아해주면 자연스레 착한사람증후군에 빠지게된다. 이 병은 남에게 쓴소리를 하게 힘들게 되고 남이 날 미워하는것을 견딜수 없으며 모두에게 나이스 쿨가이로 비춰지는 내 모습을 자위하며 삶을 망가뜨리는것이 무서운 점이다.(회사다니면서 야근몇번하면 고쳐짐)

 그리고 또 하나 다른병에 걸리게 되는데 이 병은 신입생환영회나 동아리 정기모임, 미팅이나 과모임같은 술자리에 가게되면 발현된다. 그 증상으로는 어색한걸 참지못하고 이 술자리가 조용한것이 나때문인것만 같고 내 원죄며 얼른 내가 무슨짓을 해서라도 이 자리를 흥겹게 해야하니 오만자리를 다 돌아다니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개쌉짓거리를 해서라도 그날 그자리를 모두가 만족해야 만족을하며 녹초가 돼 집으로 돌아오니 이른바 나는 조나하병 환자였다.(회사다니면서 회식몇번하면 고쳐짐)

(꼭두각시 서커스 중 ㅡ 참고)

 이런 두가지 정신병을 앓으며 힘겹게 대학생활을 하던 도중 어느덧 4학년이 되고 또 동아리 신입생환영회는 돌아오게 됐다. 4학년이나 되니 정신도 차려야하고 그만 놀아야지 하는 생각에 이젠 좀 빠져야지 했는데 겨우 달래 앉혀놓은 동아리회장년이 오빠 안오면 망해여 나 회장안함 이라며 난장을 놓자 나는 또 병이도져 그 술자리를 참여하게 된다.

 여느때와 같이 신입생환영회는 어색하고 조용하며 불편하므로 배좀 채우고 술좀돌리면 나아져서 일부러 동기들과 함께 스타나 하다가 1시간 뒤에 도착했는데 문을 열고 들어서자 울기직전의 회장과 지옥에서 부처만난 표정의 동생들을 보며 한숨을 쉬고 웃통을 까며 FM을 시작할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자리에 앉기전 FM을 하고 소주한병드링킹쇼를하고 남행열차 떼창을 시키고나서야 어느정도 숨을 쉴수 있어 아무자리에나 앉았는데 그 자리에 앉자마자 갑자기 목이 조여오고 눈물이 날것만 같았다.

 테이블엔 내가 인정한 노잼2학년둘과 2학놈 하나가 앉아서 지들끼리 떠들고있었고 신입생 셋중 친구인 기집둘이 폰을 보며 카톡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혼자 쓸쓸히 테이블 무늬만 세고있던 암흑기사 제라툴을 구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텐션을 높이며 넌 고향이어디니 이름이뭐니 취미가 뭐니 하며 관심을 쏟았다. 보통 4년묵은 화석이 이정도 관심을 가지면 정상적인 새끼들은 마음을 열고 교감을 하며 나에게도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렇게 종국에는 형제가 되어 열심히 나와같이 인생을 녹이게 되는것이 수순이거늘 이새끼는 내가 묻는 질문에 딱 제라툴이요, 샤쿠라스요, 예언이요, 세마디를 하곤 다시 테이블 무늬만 세기시작했다.

 나는 어떤 도전정신과 사명감을 갖고 옆에있는 기지배들에게 야 니네 남친있냐 오빠가 오늘 하나 만들어줄까 오빠는안돼 오빠 오늘 위험한날이야 양말 안신고왔어등등 쌉소리를 해가며 마음을 열었고 그렇게 제라툴과 인사를 시키며 말을 붙였는데 기지배중 하나가 용기를 내서 너 무슨과야? 하고 물었으나 라툴이는 왜궁금해?라며 사춘기소녀급 센치펀치라인을 날렸다.  여자애는 무안한듯 눈길을 거뒀는데 나는 여자애에게 미안하기도하고 라툴이한테 깊이를 알수없는 심연을 느끼며 이새끼는 오늘 내보내든 갱생을 시키든 끝장을 봐야겠다 싶어 계속 붙들고 술을 먹이며 마크를 하고있었다.

 그런데 라툴이가 술을 몇잔먹자 갑자기 눈물을 찔끔거리며 갑자기 나한테 지 가족사와 인생사를 풀기시작하는데 참 기절초풍할 썰들이 나오자 테이블에 앉아있던 애새끼들은 하나둘씩 다른테이블로 도망을 가고 고딩때 왕따당한 얘기가 나올때쯤은 넓은 테이블엔 나와 라툴이밖에 없었다. 나도 얼른 도망가서 집에서 잠이나 자고싶었지만 이놈의 착한사람증후군때문에 그 썰들은 가만히 듣고있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지 행성 파괴된 얘기를 다한 라툴이는 갑자기 형이 참 좋아졌다면서 형은 제 마음에 넣어드릴게요 라며 내 손을 꼭잡는데 너무 좇같은 멘트에 소름이 돋으면서도 나는 또 애가 얼매나 힘들었으면 하는 마음에 그래 라툴아 힘들면 형한테 전화해 형이 도와줄게 라며 앞으로 몇주간 존나 후회할 도화선에 불을 붙이게 된다.

 그리고는 몇일지나 이새끼가 갑자기 형 저 너무 힘들어요 하면서 전화룰 때려 학교앞 코노미로 가니 갑자기 눈물을 터트리며 엉엉 울기시작하는데 나는 그저 울음을 그치기만을 기다리며 사정청취를 하자 과동기들이 자기를 왕따시키고 교수도 자길 싫어한다며 자기는 자퇴할거라며 개난장을 피우길래 너 무슨과랬냐, 과대누구냐 묻고 후다를 따서 과대를 코노미로 불렀다. 그리고는 라툴이를 소개해주며 내 사촌인데 좀 잘해주라, 그래도 나중엔 동기가최고다, 형이 너 소개팅해줄게 라며 라툴이를 잘부탁하니 라툴이는 또 과대앞에서 지 행성파괴된 얘기를 줄줄읊고는 너 내마음에 넣어줄게를 시전하게된다.

 이후로 과에서 여자애한테 공개구혼했다가 까이고 자퇴, 교수한테 수업중에 토론배틀걸었다가 욕해서 자퇴, 동아리 엠티가는데 지한테 연락안하고 몰래갔다고 자퇴, 룸메한테 결투걸었다가 져서자퇴, 학식아줌마한테 소세지더달랬다가 말싸움하는거 페북올라가서 자퇴, 등등 몇번의 자퇴를 막고나니 내 심신이 너무 지치고 주위에서도 니 재량을 넘은 아이다, 놔줘라라고 하길래 점점 라툴이의 연락을 피하게 됐다.

 그렇게 라툴이의 연락을 씹고 동방에서 기다리길래 동방도 안나가고 조용히 숨어살게 되자 어느날 갑자기 장문의 문자한통이 오게되는데 그 문자에는 입에 담지도 못할 쌍욕과 폭언, 그리고 자기를 배신한데대한 혐오가 담긴 내용이 들어있었는데 나는 참 어이가 없고 짜증나기도 해서 나한테 연락하지말라며 올차단을 하게된다.  

 그리고 이튿날 학관앞 게시판에는 빨간색 유성마카로 쓴 대자보가 하나 걸리게 되는데 이안에는 라툴이의 담당교수와 과대, 과 여자에 몇명에대한 심각한 욕설과 폭언, 그리고 마지막 몇문단에는 내 실명과 내가 여자애들에겐 성희롱 남자애들에겐 폭언을 일삼았으며 자신을 갖고놀았다는 취지의 내용이 담겨져있었다. 몰론 그 수위가 심각하여 학생회에서 바로 대자보를 내렸지만 몇일간 학교 페북에는 나에대한 루머가 심상치않게 떠돌았고 결국 나는 휴학을 결정하게 된다.

 휴학을 하고 들은바로 라툴이는 얼마안가 바로 자퇴를 때렸으며 자퇴때린날 공개구혼한 여자애 자취방을 찾아가 벨을 누르며 강제로 문을 열다가 파출소로 잡혀갔고 경찰에게 내 번호를 알려주며 날 불러달라고 했다는 소식까지 들었고 그 뒤의 소식은 듣지 못했다. 이렇게 험한일을 겪고나서 배운것이 있다면 절대 함부로 남에게 어깨를 내어주지 말자는 것과 정신병은 반드시 약물로 고쳐야지 사회화로 고칠수는 없다는 것이다. 

 이후 한학기 휴학때리고 나도 다크템플러가되어 학교나 다니다가 졸업하고 취업해 착한사람증후군 싹고치고 조나한병도 싹고쳐 세상 누구보다 까칠한 김대리로 거듭나게됐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