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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에 대한 깊은 생각.txt

진짜 싫어했던 부장이 있었다.

 

마주 보는 것 만으로도 컬러풀한 내 주변을 순식간에 잿빛으로 만드는 그런 사람이었다.

 

이 부장과 나의 관계는

몇달 전 회사내 저성과자 프로그램 대상자에 나를 찍으면서 끝을 맺는다.

 

8명중 3등이었던 나의 영업실적은

저성과자 프로그램에 들어가기에는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고,

이후 인사팀 면담에서 분노를 삼키며 물어본 질문에는

 

'상사의 종합적인 평가에 지목되었다.' 는 로봇같은 답변만 돌아왔다.

난 그 면담 후 얼마 안되어 회사를 나왔다.

 

그로부터 한달 뒤, 새 직장에 자리를 잡았다.
200명 가까이 되었던 조직은 20명이 총원인 아담한 조직으로 바뀌었다.

 

평균연령도 변화가 있었다.

 

예전 직장 팀에서는 36의 나이가 딱 중간정도였으나

현 직장에서는 조직에서 2번째로 나이가 많았다.

 

졸지에 나는 이 회사에서 경험 많은 베테랑이 되었고

내 의견은 생각보다 무겁고 진지하게 받아드려졌다.

 

며칠전, 제품 사용이 저조한 고객에게 어떤 전략을 써야 할지

회의하는 자리가 있었다.

다들 침묵이 이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한번도 이런 것을 해 본적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 얘기를 하니 무슨 뾰족한 수가 나올까

그때 대표님이 날 보더니
경험이 많은 내가 한번 얘기해 줬으면 좋겠다며 긴 침묵을 깼다.

 

수 많은 눈이 나의 입술을 향해 있었다.
난 무슨 말이라도 해야했다.

 

"그...고객사에 제품 사용 컨테스트 같은걸 해서 가장 잘 사용하는 직원 TOP3 를 뽑고, 상품을 주는 건 어떨까요?
TOP3 직원의 사용 방법은 교보재로 만들어서 내부 게시판에 고정 시켜 놓고요"

 

난 이 얘기를 하는 와중에 자괴감이 들었다.

왜냐고? 이 아이디어는 사실 그 부장의 쓰레기같은 아이디어였다.

 

당시 그 부장이 이 아이디어를 고객사에 적용해 보자고 했을때 속으로 비웃었다.

 

어쩜 먹은 나이만큼이나 지루하고 뻔할까? 동료들과 술자리에서 안주삼아 실컷 씹고 뜯었고

그걸 받아준 고객사도 미쳤다고 마음껏 놀렸던 아이디어였다.

 

사실 이것 말고도 이전 회사의 경험을 끌어다 써야 할 일들이 지금 회사에서 꽤 많았다.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연차를 내세워 얘기해야 할 때면 항상 그 부장과 함께 했던 일이 떠올랐다.

 

이전에 성공한 일이냐 실패한 일이냐는 상관 없었다.

중요한 사실은 나는 이곳에서 원치 않게 베테랑이 되었고, 사람들은 그에 걸맞는 경험을 요구 한다는 것이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7년 남짓의 직장 생활을 떠올려본다.

지금의 나를 이루는 건
내가 좋아하고 싫어하는 상사들의 총체가 아닐까?

 

어쩌면 내가 그토록 싫어했던 부장도

자신이 원치 않게 가장 싫어하던 사람을 닮아갔는지도 모른다.

74개의 댓글

그자리에 가기전엔 보이지 않는것들이지

 

가서도 안보이면 도태되는거고

0
1 일 전

대기업 경력이 중요한건 좆소에서 절대 할 수 없는 '했더니 망했던' 케이스들을 알고 있기 때문인듯

2
1 일 전
@눈괭

아님 시스템이 달라서 차이가 많이 남

 

그냥 정상적인 지능의 사람이면 대기업가서 3년 구르는거랑 ㅈㅅ에서 5년 구르는거랑 그냥 다름

 

대기업 출신이 무조건 더 많이 배워서 더 일 잘하게 되어있음(폐급은 예외)

 

나이 들어서 학벌 이야기하는 것만큼 우스운 일도 없는거지

3
1 일 전
@고르곤존나

좆소 5년 혼자서 모든 걸 해야만 하고 모든 걸 할 줄 알지만 모든 걸 할 줄 모름.

대기업 3년 자신이 담당하는 파트의 전문성이 어느정도 생기고 타 부서와의 협업 협상 응대

0
1 일 전

스레드 하세요? 스레드에서 본거같은디

0

고게 하세요? 고게에서 본거같은디

0
1 일 전

일단 모든 아이디어는 쓰레기가 아님

남의 생각을 배제해놓고 시작하면 꼰대가 평가절하하는거랑 다를게없음

 

경험에 갇히는게 가장 최악이지. 그냥 베테랑이니 총대매고 창의적인 아무 개소리좀 짖어보란거임

대표가 개소리해서 이미지 망치는건 에바잖슴 그런곳도 많긴하지만

4

이 글 예전에 누가올렸는데 님이쓴거임?

0
1 일 전

내가 느낀건 결국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들간의 능력에 현격한 차이는 없다는 거임.

내가 욕하고 무시하는 직원도 다른 팀에서 다른 책무를 맡았거나 다른 직원과 함께 했으면 인정받는 직원일 수도 있겠지.

결국 사람이 평면적이지 않다는걸 인정해야 함.

 

그래서 다른 직원들의 의견을 항상 무시하면 안좋아.

특히나 경험 많은 직원은 배울게 반드시 있어

 

6
1 일 전

그러니까 짤렷네

0
1 일 전

첫 회사 사수는 진짜ㅋㅋㅋㅋ

회사 복지나 업무환경 개판으로 만들어놨음

팀장인데 경력도 없이 대표 친구라고 들어와서 정작 중요한 거 다 나한테 물어보고

문제없이 그날 업무 다 끝내고 퇴근하려는거 붙잡아서 쓸데없는 거 존나 시키고 8시 9시 퇴근 요지랄해서 한번은 ㅈㄴ 싸웠는데

업무평가 좆같이 주고 연봉 동결시켜서 이직 준비해서 바로 갈아탐

 

웃긴 건 그새끼가 만들어놓은 업무환경에 지가 못이겨서 나보다 빨리 퇴사하더라

이직할곳도 없이 그냥 도망가듯 퇴사하던데 저런 모습은 절대 안되어야지 하고 생각함

1
1 일 전

배운게 도둑질이란 말이 괜히있는게 아닌가봐..

0
1 일 전

받아들여졌다

0

난 절대로 영업같은거 안해야겠다 물론 내가 현직자가 아니니까 안목이 좁은것도 있겠지만 부장 아이디어 오오 하면서 읽다가 글쓴이도 고객사도 비웃었다고 하니 내얼굴이 화끈하네..

0
1 일 전

전 직장에 사수는 진짜 악랄하게 날 가르쳤음

 

그전부터 그 사람 봐왔던 사람이 사수가 그렇게 지랄한적이 없다고 그러더라고

 

과로시키면서 시간 안에 안 하면 업무 안 가르쳐준다는 식으로 협박을 하는데

 

그거 안 배우면 내가 배울데가 없으니까 어쩔 수 없이 시키는대로 다 했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그 사람한테 고마움

 

존나 많이 배웠거든

 

그 회사에서도 내가 회사의 한 축으로 거드름 피울 수 있을 정도였고

 

지금 회사에서도 똑똑하다 잘 한다 소리 듣고 다닐 수 있게 해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뒤늦게 느낀 것도 아님

 

난 ㅈ같은 와중에도 고마움을 느꼈음

 

주변에도 그렇게 이야기 하고 다녔고

3
1 일 전

집와서 한발빼고 글썼네 딱보이까네

0
1 일 전

전형적인 틀딱 감성이잖아 ㅋㅋㅋㅋ

마치 젊은 사람들이 자길 저렇게 생각해줬음 하는게 느껴짐 ㅋㅋㅋ

2
1 일 전
[삭제 되었습니다]
1 일 전
@번째개헌

엥? 글쓴이가 자기가 글잘쓴다고 거들먹 거림?

그리고 혹시 글쓴이가 피드백 원한다 했음?

1
1 일 전

타성에 젖으면 악습을 반복하게 되지. 그걸 깨기 위해서는 의지와 능력이 필요한데 그게 힘드니 포기하게 되고 늙게 됨.

0

저렇다고 전 사수를 미화할 필요없지. 그저 좋은 기억만 남기는 뇌의 수작임.

0
1 일 전

글 잘쓴다 개붕아

0
1 일 전

그냥 그 부장새끼의 모든게 싫어져서 입에서 나오는 모든 아이디어가 전부 구리다고 생각한거 아님?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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