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수학 시리즈] 왜 0.999...=1 인가? 수학의 오래된 떡밥에 대하여

0. 들어가며

 

전공수학을 공부하지 않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수학과 관련된 굉장히 오래된 떡밥이 있다.

 

그것은 바로

왜 0.9999.... = 1이 성립하느냐이다.

 

인터넷에 보면 참 다양한 증명방법들이 언급되는데, 

사실 수학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이름 정도는 들어봤을 입실론-델타 논법을 제외하면 모두 틀린 증명이다.

 

입실론-델타 논법은 아래 영상에 매우 잘 설명되어 있지만

수학을 좀 깊이 공부한 사람들이 아니면 영상 1분 10초부터 뇌정지가 매우 쎄게 올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oV21qqf0KaM

 

"어? 내가 다른 증명들도 몇 개 봤던 것 같은데 걔들이 다 틀렸었다고?" 라는 생각이 든다면

이 글을 읽으면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애초에 이걸 궁금해하지도 않는다.

이런 질문을 한 것만으로도 당신은 정답에 굉장히 근접한 것이다.

미리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한다.

 

 

1. 그 증명들은 도대체 왜 틀렸는가

 

일단 수학자들이 정말 변태같은 정도로 엄밀함에 집착하는 것은 이해해주길 바란다.

왜 수학자들이 변태가 되었는가...는 글이 하나 따로 필요할 정도로 장황한 설명이 필요하다.

 

일단 0.999... = 1라는 명제는, '실수'의 굉장히 중요한 성질을 담고 있는 명제이다.

앞서 말한 엄밀함을 지키기 위해, 우리가 사용할 수 있는 증명의 재료들을 먼저 나열해보겠다.

 

1. 실수는 덧셈과 곱셈이 잘 정의된다 ('체'로써 실수의 성질)

2. 실수는 크기 비교가 가능하다 (실수의 순서 공리)

3. 실수에서의 수열이 수렴한다면, 그 수렴값도 실수이다. (실수의 완비성)

 

우리는 증명에 진짜 이거 3개 말고는 아무것도 못 쓴다고 생각해야 한다.

하다못해 그림도 그릴 수 없다. 

 

이제 시작해보자.

 

1.1. 0.3333... = 1/3이니까 양변에 3을 곱하면 0.999... = 1이다.

 

꽤나 흔하게 보이는 증명방법이다.

하지만 논리를 조금 공부했다면 순환논증의 오류라는 것을 바로 눈치챌 것이다.

 

'그럼 왜 0.3333... = 1/3이야?'라고 역질문하면 바로 증명이 원점으로 돌아가버린다.

부디 '0.333... = 1/3이라는 건 중학교 때 배우잖아'라고 반론하는 사람은 없길 바란다.

 

아 물론 0.3333... = 1/3이 틀렸다는 말은 아니다. '증명의 재료로 사용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같은 논리로, 0.1111.... = 1/9에서 시작하는 증명도 틀렸다고 할 수 있다.

 

1.2. 0.9999.... = 1 - 0.00000....1 인데 0.000....1 = 0이니까 0.999... = 1이다.

 

1.1.과 마찬가지로 순환논증의 오류이다. 0.0000...1은 왜 0인가? 라고 역질문하면 끝난다.

 

오히려 0.000....1이 남으니까 0.9999... != 1이다라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꽤나 자주 보이는데,

0.000....1은 0이 무한히 붙어가고 있으므로 도저히 1이 자리잡을 곳이 없으므로

'그냥 어딘가에 1이 붙어있는 존나 작은 수'가 아니다. 

 

0.000...1의 정체를 좀 더 자세히 설명하는 것은 0.999...의 정체를 자세히 설명하는 것과 같으므로,

후술할 0.999... = 1의 제대로 된 증명으로 그 설명을 대신하겠다.

 

1.3. 0.9999.... = x 이라고 하면 9.9999... = 10x이고, 식끼리 빼면 9 = 9x 이므로 x = 1이다.

 

안타깝게도 이것 역시 엄밀하게는 틀린 증명이지만, 중고등학교 수준에서는 맞는 증명이라고 생각한다.

 

완전히 같은 논법을 숫자만 바꿔보면 도저히 말도 안 되는 결론이 나온다.

 

11111.... = x

(x - 1) / 10 = 11111... = x

x = (x - 1) / 10

10x = x - 1

x = -1/9

 

근데 1111... = -1/9 는 누가봐도 거짓이지 않은가?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가?

 

정답은 0.9999... = x라고 선언한 것이다.

 

아니 그냥 "어떤 수에다가 이름만 붙인 건데 이게 왜?" 싶을 것이다.

문제는 0.999...가 '어떤 실수'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마치 1111...이 실수가 아닌 것과 같다. 

 

그렇다면 0.999... 가 실수라는 것을 따로 증명해주면 이 증명은 맞는 증명이 되는가?

놀랍게도 그것조차 부족하다.

0.999... = x의 양변에 10을 곱하는 연산이 왜 가능한가.. 까지 별도로 증명해주어야 한다.

무한의 세계에서는 +1 과 같은 간단한 연산조차도 함부로 다룰 수 없는 것이 엄밀한 수학의 현실이다.

 

1.4. 0.999...와 1 사이에 다른 수가 들어갈 수 없으므로 둘은 같은 수이다.

 

꽤 그럴 듯해 보인다.

하지만.... '어 왜 다른 수가 들어갈 수 없어?'가 다시 질문으로 남는다.

 

0.999...와 1 사이에 다른 수가 들어갈 수 없다는 게 너무 당연해 증명이 필요없어 보인다면

실수의 성질 1, 2, 3번을 다시 읽어보길 바란다.

우리는 저 세 개의 문장만으로 증명을 완료해야 한다.

 

 

2. 0.999... = 1의 제대로 된 증명

 

그렇다면 제대로 된 증명은 무엇인가. 당연히 답은 입실론-델타 논법이다. 

하지만 이 글에서 어려운 수학 기호들을 쓸 생각은 없다. 입실론-델타 논법을 설명할 생각도 없다.

 

그냥 1번 항목에서 가장 헷갈릴만한 포인트인, 0.999... = x라고 선언하는 것조차 안 된다는 부분에 대해 좀 더 설명하고자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0.999... = x라고 선언하는 것은 약간의 논증을 거치면 가능하다.

 

먼저 "0.999..."라는 표현이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부터 생각해봐야 한다.

저 놈의 "..."이라는 표현이 직관적으로는 쉽게 이해되지만,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표현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진짜 엄밀하게 말하면 덧셈의 항등원인 0과 곱셈의 항등원인 1을 이용하여

수를 10진법으로 표현하는 방식을 정의하고,

이 정의에 기반해 소숫점 표현과 분수 표현을 정의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적당히 넘어가고, 수학자의 눈에는 "0.999..."라는 표현이 아래 수열의 극한으로 보인다는 것을 받아들여주길 바란다. (*1)

0.9    0.99    0.999    0.9999    0.99999    .....

 

여기에 수학과 2학년 해석학 수업에서 배우는 정리를 하나 적용할 수 있다.

"위가 막혀는데 계속 커지는 수열은 수렴한다."

 

우리는 실수의 성질 2번에서 실수는 크기 비교가 가능하다고 했다.

크기 비교조차도 막 변태같은 방식일 것이라고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우리가 생각하는 상식적인 크기 비교이다.

 

이 수열이 계속해서 커지는 수열임은, 크기 비교가 가능하다고 했으니 자명하다.

 

위가 막혀있다 함은, 수열 전체보다 큰 어떤 상한을 잘 잡을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 수열에서는 1이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1은 0.9보다도, 0.99보다도, 0.999보다도 크거나 같다.

하지만 9가 무한히 뻗어나가는 0.999... 보다도 크다는 얘기는 아니다.

수열의 원소들은 모두 9가 유한하게 뻗어있다.

100번째 원소는 9가 100개, 1000번째 원소는 9가 1000개이다.

수열의 '모든' 원소는 9가 무한하지 않으며, 이것들이 1보다 작다는 것은 자명하다.

 

앞 두 문단으로 인해, 언급한 정리를 적용할 수 있고, 이 수열이 '수렴함'이 증명된다. 

여기에 실수의 3번 성질에 의해 0.999...는 실수값임을 알 수 있고,

비로소 0.999... = x라고 선언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다.

 

(*1)

수열이 뭔데? 극한이 뭔데?라고 반문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수학은 엄밀하니까! 수열이나 극한이라는 표현도 못 써야 하는 거 아니냐!

충분히 좋은 지적이다. 하지만 용어를 새롭게 정의하는 것은 엄밀함에 반하는 행동이 아니다.

그 용어의 정의가 수학적으로 명확하면 된다.

본문에서는 수열이 뭔지 극한이 뭔지까지 정의하면 너무 길어지니까 생략한다.

 

 

3. 그런데, 0.999... = 1이 아닐 수도 있다?

 

여기부터는 진짜로 변태같은 영역이니 솔직히 안 읽어도 된다.

읽는다고 하더라도, 처음 보는 분이라면 이해가 안 되는 것이 당연하니 낙담하지 않아도 된다.

 

3.1. 위 모든 논의의 숨겨진 가정, "실수"

 

만약 위의 모든 논의를 "실수"가 아닌 영역에서 전개한다면 정말 머리가 깨질듯이 아픈 상황이 펼쳐진다.

우리가 생각하는 "실수"란, 사실 1, e, pi와 같은 수뿐만 아니라 그들 사이의 연산, 크기 비교, 거리 계산 등이 모두 포함된 개념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만약 수들은 그대로 유지하되, 크기 비교가 불가능하다면? 혹은 거리 계산이 불가능하다면? 바로 대환장 난장판이 펼쳐진다.

수학자들은 덧셈과 곱셈, 크기 비교, 거리 계산, 완비성 등등 무엇이라도 하나를 빼먹으면 그것을 "실수"라고 부르지 않는다.

 

3.2. 아니 그러면 "실수"가 아니라는 게 도대체 뭔데?

 

만약 0.999... = 1의 모든 증명을 "실수"가 아니라 "복소수"의 원소로써 생각하고 시작했다고 해보자.

복소수와 실수의 가장 큰 차이점은, 복소수에서는 크기 비교가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만약 우리가 손가락으로 숫자를 세서 자연수를 익히고,

곱셈과 나눗셈을 배워 유리수를 익히고,

(어찌어찌) 실수를 익히고, 

-1 제곱근이라는 미친 짓을 보며 복소수를 익히는

이러한 교육과정을 따르지 않고 처음부터 복소수부터 배웠다고 생각해보자.

 

그렇다면 우리는, 수는 원래 2차원 공간에 흩뿌려져 있으며, 수 사이의 크기 비교는 원래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익숙할 것이다.

 

이 상태에서 위의 증명을 본다면?

"1이 0.9보다 크다고? 왜?" 라는 질문이 가장 먼저 나오게 된다.

똑같이 0.999...와 1이라는 숫자들을 다루고는 있지만,

크기 비교가 불가능하니까 증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박살나버리는 것이다.

 

허허.. 미치고 팔짝 뛴다. 

 

3.3. 그래도 어찌어찌 잘하면 똑같은 결과, 그러니까 0.999... = 1를 증명할 수 있지 않을까?

 

불행하게도 아니다.

다시 말해, 실수의 성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0.999... 과 1은 다르다는 결론을 만들어낼 수 있다.

 

위에서 필자가 사실은 '수렴한다'라는 단어를 정의하지 않았음을 눈치챘는가?

'수렴한다'는 표현은 사실 수학적으로 '거리가 가까워진다'를 함축하고 있다.

즉, '거리'가 잘 정의되어 있으면 그걸 기반으로 '수렴한다'를 정의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위상수학이라는 수학 분야에서는, 이것을 비틀어버린다.

'거리'를 정의하지 않고도 '수렴한다'를 정의할 수 있도록 새로운 체계를 구축해버렸다.

 

0.999...라는 표현은 사실 "0.9, 0.99, 0.999, ...으로 이어지는 수열의 극한"이라는 것을 다시 떠올려보자.

그런데 위상수학에서 lower limit topology라는 것을 채택하면, 이 극한은 수렴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극한값이 존재하지 않는 것이고, 0.999...라는 표현은 애초에 '수'가 아닌 것이다.

그냥 숫자와 "..."을 그럴 듯하게 써놓은 '표현'에 불과해진다.

 

 

4. 엄밀함에 대한 변명

 

필자는 수학과 학부를 졸업했다.

공부를 잘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학부 수준의 순수수학들의 개념은 대부분 파악했다고 자부한다.

 

수학을 그래도 남들보다는 많이 공부한 나에게, "수학 그거 공부해서 어따 쓰는데?"라는 질문이 들어올 때가 종종 있다.

그냥 "수학"이라고 하면 써먹는 곳이 너무너무 많다. 선형대수학과 간단한 미분방정식만 배워도 공학 분야에서는 써먹을 곳이 넘쳐난다.

하지만 앞서 말한 '엄밀함'에 관해서는, 정말로 쓸 곳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진짜 없다.

 

그렇다면 이런 쓸데도 없는 짓을 수학자들은 왜 하고 있느냐...

나도 엄밀함에 관한 논쟁이 있을 때의 논문이나 서적을 읽어보진 않았기에 정확한 역사의 흐름은 모른다.

하지만, '엄밀하지 않으면 난장판이 된다'를 수학자들이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라 추측한다.

심지어 엄밀함에 엄밀함을 추구해도 온갖 역설이 등장하여 수학의 근간을 흔들어댔으니 말이다. (바나흐-타르스키 역설, 불완전성 정리)

 

또한 엄밀함의 끝에서 등장한 '집합론'은 모든 수학 체계의 가장 기초에 자리잡는 데 성공했고,

해석학, 위상수학, 미분기하학, 대수학 등 적어도 내가 경험한 모든 수학 분야에서

기본적인 용어 및 개념의 정의에 사용되며 모든 수학 분야의 '공통 언어'로써 작동하고 있다.

수학자들에게 있어, '엄밀함'은 일종의 '만국 공통 언어'인 셈이다.

67개의 댓글

22 일 전

단조수렴정리랑 실수의 성질로 증명하는구나 재밌게 읽고감

1
22 일 전

도대체 어떤 ㅄ이 수학과를 무시하고 어따 쓰냐고 그럼 ㅋㅋㅋ 수학과와 물리학과는 엄밀히 말하면 모든 학문의 상위버전임.

학부라도 이과의 정점에 도전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던지 아니면 세상이 심심해서 업적작 하고 싶은 사람이 하는 학문.

7
22 일 전

재밌다 여러분야를 한번에 꿰서 설명해주니 이해가 느네

0
22 일 전

너무 좋은 글 잘 읽었음!

 

이 증명 떡밥 볼 때마다

수열 “수렴“ 이 실수로 볼 수 있는 사고가 얼마나 혁명적인지 놀라움.

 

태생이 공대생이라 수학형들이 증명한건 믿고 쓰긴 하지만

근대 한편으로는 수열을 수직선상에 특정한다는 행위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킹반인으로서의 불충함도 같이 고개를 듬

 

위상수학 이야기 해줘서 오히려 더 불충해지는데

저 수열값이 한 점으로 보여야 한다는 바로 그 지점이 불쾌한 골짜기 같음

그래서 시간 되면 그 부분 설명해 “줘“

 

이런 설명충 유전자 보유자들은 설명해달라고 하면 못 참을거 잘 아니까

 

미리 감사

0
22 일 전
@모노이드

실수를 수직선에 대응시키는 것 자체가 '수직선'의 기하학적 특징들이 암묵적으로 뇌에 새겨버리기 때문에 그런 불충한 생각이 드는 것은 당연함. 나도 그랬고.

 

분명 수직선상에서 저 수열은 한 점을 향해 다가가고 있고, 1과의 거리도 무한히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도대체 어떻게 수렴하지 않는다는 것이냐?!

 

사실 '가까워진다'라는 표현이 암묵적으로 '수직선에서의 거리'를 가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함. 우리에게 익숙한 |a-b|를 두 점 사이의 거리로 정의하고 있다는 것. 하지만 본문에서도 살짝 언급했듯, 위상수학에서는 '거리'라는 개념을 뒤틀어버릴 수 있음.

 

가령 a와 b가 같으면 거리가 0, 다르면 거리가 1이라고 정의해보자. 놀랍게도 이 정의는 수학자들이 약속한 '거리'라는 개념의 최소한의 기준을 만족함. 1과 2 사이의 거리도 1이고, 1과 100 사이의 거리도 1임. 1을 기준으로 봤을 때, 2도 100도 1000000도 같은 거리에 있는 점들인 거임. 이게 되냐고? ㅇㅇ 됨. 그게 위상수학임. 이 거리를 편의상 '01 거리'라고 하겠음.

 

또한 위상수학에서는, '수렴한다'의 정의를 좀 다르게 함. 수열 a_n이 어떤 수 c로 수렴한다는 것은, c를 중심으로 '이웃'을 어떤 식으로 잡아도 결국 a_n이 충분히 진행하면 그 이웃으로 들어간다로 정의함. 이걸 우리가 아는 '상식적인 거리'로 적용하면 입실론-델타 논법이 되지만, '01 거리'에서는 안 통함.

 

'01 거리'를 기반으로 1을 중심으로 반지름이 1/2짜리 이웃을 잡았다고 해보자. 1과의 거리가 1/2보다 작으면 다 '이웃'이 되는거야. 근데 01 거리에서는 1 자시자신을 제외하면 전부 다 거리가 1이잖아? 그래서 1을 중심으로 반지름 1/2짜리 이웃을 잡으면 {1} 하나만 달랑 있는 초라한 집합이 된다.

 

이제 0.9 0.99 0.999.. 수열을 보자. 위상수학에서는 '수렴한다'의 정의를 '수열이 언젠간 이웃에 들어간다'로 한다고 했다. 이 정의에 따르면, 저 수열은 단 한 번도 1의 이웃에 들어가지 못한다. 영원히.

 

그러므로 0.99... 수열이 1로 수렴하지 않는 것...이다. 01 거리에 기반한 설명은 본문에 언급한 lower limit topology와 좀 다르긴 하지만, 결론이 같고 설명이 용이해서 01 거리 기반으로 설명했음.

 

시간이 되면 수학 시리즈를 좀 더 써볼 생각인데, 기회가 되면 위상수학도 써보면서 한 번 더 정리해볼게.

3
22 일 전
@0년째눈팅중
0
22 일 전
@0년째눈팅중

좋은 설명 감사.

 

사실 킹반인 느낌으로 느껴지는 위화감이 어디에서 오는건지도 재미있는 공부대상인 것 같은데,

 

수열이 대응을 통해 실수집합에 대응되는 것과 그 대상이 실수 그 자체라는 것과의 괴리에서 오는게 아닐까 생각도 듬.

 

우리가 대상을 관찰하는 순간 정보를 잃어버리는 건 함수를 통해 관찰대상을 대응관계로 보는 한 불가피한 상황이잖음.

 

마치 초등학교 수학교과서에서

예준, 예서, 서준이가 사과를 각각 두 개씩 먹은 상황을 우리가 2x3이라고 기술하지만 사실은

(예준, 사과a, 사과b), …라는 데이터를 ‘사과의 갯수‘ 라는 차원에 표현하기 위해 자연수 집합에 프로젝션 한 것이 2x3 내지는 6일 뿐인거고 대상이 가지고 있는 데이터는 더 많잖아.

 

이것처럼 수열이라는 범주가 가지는 속성이 실수라는 범주의 속성과 일치하지 않는 데이터가 있을텐데 이걸 = 라고 해 버리니까 여기서 생기는 오지는 불편감이 인지부조화를 일으켜 자기합리화를 하게 만드는게 아닐까 싶음.

 

그래서 수열과 실수가 어떤 게 같고, 어떤 게 다른지를 살펴보고자 한다는 의미로 질문한 거라고 보면 될 듯.

 

“up to isomorphism”까지 가야 하려나

그럴거 같다

등호가 뭐고 같다 라는게 뭔지부터 정의해야 수열의 수렴과 실수를 대응시킬테니;

0
22 일 전
@모노이드

아 '위화감, 불편함이 왜 발생하느냐'에 대한 이야기였구나.

 

일단 나는 '실생활에서 반하는 직관과 수학이 충돌하면 강한 위화감이 든다..' 정도로 생각하고 있긴 함.

사과 예시에서, 실생활을 수학으로 치환하는 과정에 데이터의 손실이 발생한다. 라는 것에도 매우 동의하고.

 

(반말하고 있으니 너라고 지칭할게)

그런데 너가 달아준 댓글들에 수열이 자주 언급되는데,,, 수열이 언급되는 이유가 잘 이해가 안 되네.

일단 나는 수열, 함수, 실수, 심지어 =의 정의도 다 알고 있는 입장이기 때문에 너가 말하는 '불일치'가 어떤 부분을 말하는지 잘 모르겠어.

나도 선형대수학 처음 공부할 때, 선형공간의 정의부터 시작하는 교수님을 보며 '도대체 =가 뭔데요'라고 질문했다가 갑분싸 된 적이 있어서 너가 어떤 부분에서 혼란을 느끼고 있는지 느낌은 오는데,,,, 느낌만 오네. ㅠㅠ

 

그리고 '어느 부분에서 위화감을 느끼느냐'라는 주제는 굉장히 좋은 대화주제인 것 같아.

나는 수학이 정말 재미있는 학문이고, 공부하면 여러모로 좋은 학문이라고 생각해.

다만 교육과정의 한계 때문에 일반인 대부분이 수학을 재미없는 학문이라고 생각하는 게 매우 안타깝거든.

위화감 토픽은 '왜 일반인이 수학을 어렵고 재미없다고 생각하느냐'와 연결되기 때문에,,,

유튜버 궤도처럼 수학을 널리 퍼뜨리고 싶은 나 입장에서는 중요하거든....

암튼 더 많은 의견 내줬으면 좋겠음!!

0
22 일 전
@0년째눈팅중

나도 수학 전공은 아니지만 비슷한 욕심이 있어서 글 써보다려다가 공부가 부족해서 못 쓰고 있는 주제가 제법 있음. 예를 들면 “덧셈과 곱셈이란 무엇인가“ 혹은 왜들 그렇게 결합과 교환법칙이 수의 확장에서 성배처럼 쓰이는지도 재밌는 주제라고 생각.

 

수열을 언급한 이유는 수열의 극한이 계속 사용되고 (2랑 3.3에서) 어느 지점에서 등호로 실수집합이랑 연결되는지가 증명에서 생략되었는데 사실 그 지점이 위화감이 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서임. 위상수학이랑 거리 개념 예시는 그래서 좋은 부연 같음.

 

수열의 극한이 실수랑 =로 매치된다. 이게 사실 이 문제의 본질인 것 같음

0
22 일 전
@0년째눈팅중

좀 더 파고들자면 수열의 극한이 존재하는가, 실수랑 대응가능한가, 대응해야만 하는가를 짚고 가야 대응 관계에서 0.9999…가 1이 아니면 모순이라는 논거가 가능할텐데

0.999…는 존재하는가 라는 질문을 만약 내가 받으면 어떻게 대답해야할지 모르겠음.

연산가능이전에 뭔가랑 상호작용? 선택? 이런게 가능해야 할 것 같은데 이쯤 되면 zfc니 하는걸 공부해야 하는거임? (공부 안해서 몰?루)

 

수열의 극한은 입실론 델타 논법으로 ‘정의‘ 되는데 0.999…=1 증명에 입실론 델타 논법을 쓰면 순환논법 아닌가도 궁금

 

이게 궁금하면 수학과를 갔어야 하는게 맞겠지. 해석학에서 배운다던데

0
22 일 전
@모노이드

아 어떤 포인트에서 헷갈리는 지 좀 더 알 것 같다.

아마 '극한'의 정의를 정확하게 몰라서 헷갈리는 것 같아.

 

'어느 지점에서 등호로 실수집합이랑 연결되는지', '수열의 극한이 실수랑 =로 매치된다.' '실수랑 대응가능한가' 등등 너가 헷갈려하는 포인트가 모두 극한의 엄밀한 정의를 몰라서 발생하는 의문인 것 같음.

 

일단 극한의 정의는 나무위키에 "수열의 극한" 치면 나오는 수준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해.

lim_{n -> inf} a_n = L

이라는 표현 자체가, 수열 a_n이 수렴하며, 그 수렴값이 L이라는 것을 알 때 쓸 수 있는 '표현'인거야.

(inf는 무한을 영어로 쓴 거야)

 

"x = 1"이라는 표현을 봤을 때, 이걸 자연어로 해석하면 "x라는 변수가 있고, 그 변수의 값은 1이다"라고 할 수 있지. 이걸 알파벳 x와 수 1 사이에 매칭했다고 하지는 않잖아? 이걸 곰곰이 생각해보면, 애초에 우리는 '등호'라는 기호에 변수의 선언과 값의 할당(너무 컴퓨터용어같아지네) 라는 개념을 자연스럽게 내포해서 이해하고 있다는 걸 깨달을 수 있어.

 

극한에서 사용하는 등호도, 이런 관점에서 다시 봐봐. 그냥 등호 자체가 가지고 있는 뜻을 받아들이고 외워야 해. 좌변과 우변이 어떻게 매칭되는지를 이해하는 게 아니야. lim 기호가 있을 때의 등식은, 그냥 '좌변의 극한값은 우변이다'를 뜻하는 표현으로 외워야 한다는 거야. 그게 lim라는 기호가 가진 '정의'니까.

 

그리고 약간 오개념을 바로잡아주고 싶어. 극한은 입실론 델타 논법으로 '정의'되는 게 아니라, '증명' 혹은 '계산'되는 거야. 극한의 정의 자체에는 입실론 델타 논법이 사용되지 않아. 수열의 극한을 계산하기 위해 입실론 델타 논법을 사용하는 거지.

 

하나 더, 유리수에서의 수열의 수렴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1 1.4 1.41 1.414 1.4142 ....

를 거쳐서 루트2에 계속해서 다가가는 수열을 생각해봐.

 

각각의 원소들은 유한소수니까 유리수의 원소이지만, 그 극한값은 무리수라서 유리수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아.

애초에 '수의 집합'을 유리수라고 한정하고 시작했다면? 그 극한값은 '존재하지 않음', 혹은 '정의되지 않음'이 되어버리는 거야. 이런 경우엔 lim_{n -> inf} a_n = sqrt(2) 와 같은 표현을 아예 사용할 수 없어. 극한값이 없거든. 'lim_{n -> inf} a_n는 정의되지 않는다'가 맞는 말이야. 등호를 못 써.

 

의외로 실수에서도 비슷한 예시를 만들 수 있는게, 발산하는 수열이야

1 11 111 1111 ....

라는 수열이 있다고 해보자. 여기서 lim_{n -> inf} a_n = inf라고 할 수 있을까? 안 돼. inf는 실수가 아니거든. 그럼 lim_{n -> inf} a_n = inf라는 표현을 아예 쓸 수 없나? 아냐 가능해. 실수에 inf까지 포함한 새로운 수 체계를 정의하면 돼. 실제로 one-point compactification이라는 용어로 가능한 짓이야.

 

여기까지 오면 아마 머리 엄청 아플텐데, 천천히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아.

 

추후에 무한과 극한에 대해서 좀 더 자세하게 글을 써볼텐데 읽어주면 좋겠다.

1
21 일 전
@0년째눈팅중

기억할게!!

0
21 일 전
@0년째눈팅중
0
22 일 전

나 수학 공부하고 싶은데 딱히 뭐 수능을 본다던지 그런건 아니야

 

근데 내 수준이 중2~고1 정도에서 머물러 있거든 근데 개인적으론 확률은 좋아했음

 

이건 식 필요 없이 내 사고에 따라서 답을 맞출수 있는거라

 

이런식으로 식안외워도 되고 사고로 수학공부하고 싶은데 방법 없을까?

0
22 일 전
@글깨작

일단 식 안 외우고 싶다는 생각은 백번 공감함. 나도 처음 수학 배울 때 근의 공식이니 뭐니 외우기 너무 힘들었고, 적당히 '아 계수들 잘 끼워 맞춰서 항상 근을 구할 수 있는 마법의 식이 있나보다' 정도로만 이해하고 넘어가던 적이 있었음.

 

근데 이런 식의 공부는 결국 한계가 있더라고. 근의 공식이 어떻게 유도되는지 제대로 이해하고, 그 결과물로 나온 근의 공식을 잘 뜯어보면 '판별식'이 왜 존재하는지, 왜 2차함수의 그래프가 좌우대칭인지 등등 추가적인 인사이트를 꽤나 많이 얻을 수 있는데, 이런 것들을 다 포기하게 되는거지.

 

그래서 일단은, 수식 없는 수학은 '수학 공부'라기보다는 '수학 이야기'에 가깝다고 봄. 물론 '수학 이야기'도 가치가 없다는 건 아니고, 이걸 원한다면 지식채널e에서 수학 관련 영상들만 잘 찾아봐고 큰 도움이 됨. 아래는 참고영상링크.

https://youtu.be/t7HAG3AlzHY?si=mgSwHvVycIEU0BfG

 

혹시 그래도 수식이 없는 '수학 공부'를 원한다면, 해석학과 위상수학을 공부해보는 걸 권함. 이 두 과목은 수식 자체는 별로 없음. 90%는 논리적 사고로만 내용이 전개되고, 미적분이나 로그, 삼각함수같은 개념들도 연습문제 풀 때 말고는 거의 필요없음.

0
22 일 전
@글깨작

그런 당신에게 추천하는 유튜브

https://youtube.com/@3blue1brown?si=yz9OcXVh_BK5VfB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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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흐 타르스키 역설도 찾아보니 재밌다

글 100개만 더 써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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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일 전
@내가옳고니가그름

넹 시간나면 써볼게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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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옳고니가그름

나중에 읽을거 ㅇ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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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 생각없이 눌렀는데 굉장히 유익했다 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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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수학 전공은 아니지만 대학원 전공 때문에 수학 살짝 찍먹 해봤는데 저런 엄밀함의 추구가 수학의 역사 초기부터 등장한게 아니라 18~19세기 들어와서야 시작되었다는게 흥미로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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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TI
22 일 전

https://wiki.dcinside.com/index.php?title=0.999....&oldid=3534812

0
22 일 전
@VTI

목차만 봐도 어지럽네.

 

사족을 좀 달자면,,,,

"귀류법을 이용한 공고생의 증명"이라는 항목에 "검증된 증명입니다."라고 초록색으로 자랑스럽게 달려있는데,

사실 이 증명도 엄밀하게 말하면 구멍이 있음.

 

두 번째 줄에 "~~를 만족하는 n이 존재함"이라는 문장이 있는데,

이는 아르키메데스 원리라고 부르는 아주 유명한 정리이고,

(부력의 원리 말고 수학에서 부르는 아르키메데스 원리는 또 있음)

사실 이 문장을 증명하는 것은 아직 수 체계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사람은 증명이 불가능함.

"불가능하다"라는 표현이 굉장히 강력한 표현임에도 이 표현을 쓰는 이유는,

아르키메데스 원리가 실수의 완비성 공리와 동치임이 증명되어 있고,

다시 말해 실수의 완비성 공리를 모르는 사람은 아르키메데스 원리를 증명할 수 없다는 것임.

 

모든 수학적 증명은 (맥락상 생략할 수 있는게 아니라면) 공리에서부터 시작해야 함.

0.999... = 1의 증명은 실수의 기초적인 성질을 이해하고 있느냐를 묻는 질문이기 때문에,

맥락상 실수의 공리적 성질들을 언급하지 않고 증명이 전개되는 것은 안 된다고 생각함.

 

암튼 재밌는 문서 공유해줘서 감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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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함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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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밀하지 않으면 안되죠. 수학이 엄밀함을 담보하지 않으면 그 아래에 있는 물리학부터 슬슬 정밀도가 떨어지기 시작할걸요? 오차가 쌓이고 쌓이면 실험과 연구는 개판나죠. 수학이 가진 엄밀함이라는 가치는 굉장히 중요합니다. 등호는 등호여야 합니다. 아아아아아주 가까움을 인정하면 저희도 망할겁니다. 물론 저희 업계는 오더만 맞으면 넘어갑니다만 ㅋㅋㅋㅋ

0
ery
22 일 전

처음 봤을때보다 글이 보강되어서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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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일 전

아하 완벽히 이해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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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재고, 수학 학부 신입생 기강잡기용 문항

0.999... 는 잘 정의되는가?

1
22 일 전

전부 정독했으니 입실론 델타 논법으로 증명하는 방법도 써줘 응애

0
22 일 전
@찌레르기

개드립에 수식 어케 쓰는지 몰겠어요

솔직히 수식쓰기 귀찮아서 안 썼음... ㅋㅋㅋㅋ

0
22 일 전

아잇 젠장 1.1부터 이해를 못함

이게 왜 순환논증이지?

0
22 일 전
@켄트지

결국 문제의 핵심은 무한소수를 어떻게 다루느냐야.

 

0.999...라는 무한소수의 값을 계산하기 위해서

또다른 무한소수를 들고 온다?

그렇다면 0.333... = 1/3은 어떻게 증명해야해?

 

라는 질문으로 빙빙 돌아버리니까 순환논증이지.

1
22 일 전
@0년째눈팅중

아하 덕분에 이해했다

0.333... = 1/3 을 내가 그냥 의심의 여지 없이 정답이라고 믿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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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일 전
@켄트지

굿굿

0

엄밀하지 않은 형태의 증명도 가치있다고 생각해

 

엡실론 델타를 이용한 형식적 증명은 제대로 설명하지 않으면 일반인들이 받아들이기엔 똑똑한 수학자들이 그렇게 정했으니까 0.999..=1이다 이거랑 차이가 없어

 

1/3=0.333..를 학교수학에서는 정수의 나눗셈 연산을 통해 받아들이지. 공리는 일반적인 사실로 증명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인데, 일반인들에게는 유리수를 무한소수로 표현이 가능하다 같은것도 공리일 수밖에 없어. 이런 공리라도 나름의 논리를 세워서 증명을 하는게 1=0.999라고 수학자가 그랬으니 그렇구나 하는것보단 낫다고 생각함.

0
22 일 전
@댓글달러가입함134244

ㅇㅇ 엄밀하지 않은 증명도 가치가 있다는 말에 동의해.

내가 1.3에서 '중고등학생 수준에서는 맞는 증명이라고 생각한다'라고 써놨는데, 이게 그 말이야.

 

하지만 1.1부터 1.4까지의 모든 증명이 가치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아.

개인적으로 1.3 증명은 엄밀하지 않아도 가치가 있고, 1.4는 헷갈리지만 일반인이 받아들여도 큰 지장은 없는 선의 증명이라고 생각해. 단, 1.1과 1.2는 수학을 공부하지 않은 사람이라도 절대로 받아들이면 안 되는, '아예 틀린 증명'이라고 생각해. 최소한의 논증법조차도 지키지 않은 증명이니까.

 

0.333... = 1/3이라는 식을 마치 공리처럼 받아들인다?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그런데 0.333... = 1/3을 공리로 받아들이려면 0.999... = 1이라는 식도 공리처럼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해. 둘은 숫자만 다르지 사실상 같은 말이니까. 다시 말해, 0.333.. = 1/3으로 시작하는 증명은 증명처럼 보이지만 사실 증명이 아니고, 그냥 '수학자가 그랬으니 그렇구나'라고 말하는 것의 다른 버전일 뿐이라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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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째눈팅중

1.1의 증명도 가치가 있어. 0.33..=1/3이란 것과 0.99..=1 은 대다수 일반인들에게 완전히 달라.

 

1/3은 나눗셈 연산을 통해서 0.333이라고 해. 1을 소수의 나눗셈 세로식 알고리즘에 따라 3으로 계속 나누면 아무리 해도 나머지가 사라지지

않고 몫이 0.3333이 되니까. 사실 이 증명에서 가장 큰 허점은 이 때 사라지지 않는 나머지를 그냥 무시하는 건데, 이 부분도 학교수학에서는 공리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 그렇지 않으면 유리수의 무한소수나 순환소수 표현을 중2가 알아듣도록 정의할 방법이 없는거 같아.

 

반면에 1=1/1 세로 나눗셈 알고리즘을 적용하면 그냥 1이 나오고 무한소수로 표현되지 않아. 2/2, 3/3으로 해도 마찬가지야. 정수부분을 나눠줄 때 몫을 1로 시작하지 않고 0으로 써야 0.9999가 가능한데 학교의 나눗셈 알고리즘은 이걸 불가능하다고 하기 때문에 할 수 없어.

때문에 0.999..를 다룰 때는 0.333.. 과 같은 논리로 전개할 수 없고, 0333..=1/3 놓고 양변에 곱하기 3을 해서 0.999..=1을 해야해. 양변에 곱하기 3을 하면 같다는 건 학교에서도 공리로 적용하는 것이니까 쓸 수 있지.

 

0.333..=1/3 과 0.999..= 1이라는 건 성실하게 수업을 들은 중2 입장에서 이렇게 논리전개상 다른 증명이 돼

 

내가 1.1 증명이 특히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건 중2 수업에선 처음으로 그들이 알아들을 만한 선에서 주어진 공리 내에서 증명의 맛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1.3의 증명은 애들은 깨닫지 못하지만 본문에서 말한 것처럼 0.99..을 일단 수로 정의해야 한다는 점에서 주어진 공리로 하는 증명이 아니고, 현실적으로는 x가 들어가는 순간 식을 낯설어하거나, 기계적 알고리즘(순환소수를 유리수로 바꾸는 공식)의 대상으로만 생각하는 애들이 많더라구. 그래서 0.99..=1에 대한 설명은 되도록이면 1.1의 형태로 알려주고 있었어.

 

1.2는 그냥 순환논증이고 이건 완전히 잘못됐다는데 동의해

0
22 일 전
@댓글달러가입함134244

오 이건 완전 새로운 접근인데.

 

0.333...= 1/3이 교육과정상 0.999... = 1과 의미가 다르다는 거잖아? 나는 둘이 사실상 의미가 같기 때문에 순환논증이라고 생각한건데, 나눗셈을 배우는 학생 입장에서는 둘의 의미가 다를 수 있겠네. 이건 전혀 생각 못해봤다.

 

근데 처음으로 증명의 맛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있다는 말은 쪼끔 걸린다. 교육과정상 학생 입장에서 아닐 수 있지만, 결국은 순환논증의 오류를 여전히 가지고 있다고 느껴지거든. 이 증명에서 재미를 느껴버리면 수학적 논증을 잘못 배울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해서... 좀 걱정된다 정도? '잘못됐다'라고 말할 정도까지는 아닌 것 같아.

0
22 일 전
@댓글달러가입함134244

'사과는 과일이다' 분명 맞는 문장이야.

 

꼭 생물계통학인가? 생물분류학인가? 암튼 생물을 분류하는 엄격한 기준을 배우지 않아도 사람들은 대부분 '사과는 과일이다'를 공리처럼 받아들이며, 이건 전혀 문제가 없으며, 나는 이게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지 않아.

 

생물학을 전공한 사람이라면 '사과는 과일이다'라는 문장을 보며 과일의 정의부터 시작해서 왜 사과가 과일의 정의에 포함되는지 일일이 따져볼 수 있겠지. 이게 '엄밀한 증명'이야. 학자라면 당연히 이런 태도를 지향해야 하는 거고.

 

하지만 누군가가, '사과는 씨앗이 있으니까 과일이야'라고 말한다면?

이건 얘기가 완전히 달라져. 이건 일반인에게도 학자에게도 용납되면 안 되는 말이야. 애초에 논증방법이 틀렸으니까. '사과는 과일이다'라는 참인 결론에 도달했지만, 그 중간 논증과정이 아예 틀렸기 때문에 이것은 가치가 없는 문장인거지.

 

같은 말을 반복해서 미안한데, 엄밀하지 않은 증명도 가치가 있을 순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예 논증방법이 틀린 증명은 구분했으면 좋겠어. 나는 1.3이 엄밀하진 않지만 충분히 가치가 있는 증명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혹시 0.999.. = 1의 증명에 대해 이야기할 기회가 생긴다면 1.3으로 이야기하는 게 좋다고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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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년째눈팅중

댓다는 동안 댓이 달렸다

0
22 일 전

수학은 엄밀함의 학문이다

ㅇㄱㄹㅇ개씹팩트임 ㅋㅋ

0
22 일 전

0.999와 1사이에 다른수가 없다는게 ㄹㅇ 다를게 없는거인게 인상깊네요

그냥 1은 이름이 두개인거로 1하고 0.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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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일 전

개념이 확장될 수록 따져야 하는 조건들이 점차 늘어가고 그걸 어느 정도 이해해야 응용할 수 있다는게 수학이 어렵게 느껴지는 것 같음

뭐랄까 문법과 단어가 다른 세상의 언어들을 하나의 틀 안에 넣어놓은 느낌...? 자연수 실수 복소수 등등 수 체계의 범위가 넓어질 수록 뭐랄까 새로운 언어의 단어들을 배우고, 선형대수 미적분 등등 세상을 표현하는 문법을 또 새로 배우는 느낌이랄까...

수학을 잘은 알지 못하지만, 다른 글 쓰면 열심히 읽어볼께

0
21 일 전

1.3 이 그 머냐 라마누잔 합이랑 비슷한거야?

0
21 일 전
@RhPlusMinus

무한급수가 갑자기 음수가 튀어나오는 점에서 결과는 비슷해 보이지만, 과정이 매우매우 다름.

 

나는 수렴성이 증명되지 않은 무한급수(1, 11, 111, ...)에 허용되지 않은 연산(-1, /10 등)을 수행해서 모순을 발생시킨 거고.

라마누잔 합은 해석적 연속으로 얻어진 복소함수의 허용되지 않은 정의역을 적용함으로써 모순을 발생시킨 거임.

 

해석적 연속, 복소함수 등등은 용어를 모를 수 있으니, 그냥 '모순을 얻어낸 과정이 다르다' 정도로만 이해해도 될 듯.

1
21 일 전
@0년째눈팅중
0
21 일 전

현대수학이 대중을 넘어서, 공학•과학이랑도 완전히 유리됐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어떻게 생각함? 수학 그거 어따 씀 하는 사람이 이 부류인 거 같은데

0
21 일 전
@살자까지n년

어느정도는 동의하지만, "수학 어따씀"이라는 질문을 하는 사람이 내가 생각하는 이유랑 같은 이유로 그런 말을 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음. 그냥 수학 공부 안 해봐서 진짜 어떻게 쓰는지 몰라서 물어보는 것일 듯. (비하 의도 아님..!)

 

나는 수학과 공학/과학(이하 "과학")이 꽤 유리되었다고 생각함. 내가 순수수학 공부하면서 '이거 진짜 어따 쓰는지 모르겠음'이라고 말한 게 그 이유임. 학부 실변수함수론 수업에서 푸리에 변환을 배운 적 있는데, 수학과에서는 푸리에 변환을 L2 함수라는 것을 엄격하게 정의하고 그 함수들에만 적용 가능한 변환이라고 배움. 이 과정에만 1달 가까이 걸림. 근데 과학에서는 그냥 바로 씀. 어차피 과학에서 다루는 어지간한 함수들은 다 L2 함수이기 때문에 고려할 필요가 없는 거임. 과학은 계속해서 현실에서 발생하는 현상에 대해 설명하고 계산하기 위해 수학을 사용하는 한편, 수학은 그러한 계산법이 엄밀하게 사용해도 되는지 연구해서 KC마크 찍어주는 느낌임.

 

물론 과학과 수학의 중간지대에서 수학 연구를 하는 사람도 꽤 많아서, '완전히' 유리되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음. 가령 딥러닝이 왜 잘 작동하는지 수학적으로 이론적 배경을 깔아주려는 연구자들도 많음. Fully Connected Layer의 사이즈가 무한이라면 모든 연속함수를 표현할 수 있다던가, depth와 size가 충분히 크면 신경망은 거의 convex function처럼 작동하기 때문에 local minimum에 빠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던가...? 하는 연구들이 꽤 많다고 알고 있음. 이건 과학이 아닌 수학의 영역임. 덕분에 지금 AI의 발전 추세가 "일단 모델 사이즈를 존나 키우고 보자"로 잡힌 거고, AI의 격차가 기술 및 아이디어 격차보다는 자본 규모 및 GPU 확보 전쟁으로 바뀌는 것에 기여했다고 알고 있음.

0

나름 수학좋아해서 수학가형1등급인데 전혀 모르겠다 ㅋㅋㅋ 얼씬도하지말고 1/3방법만 이해한채로 살아야겠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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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i
21 일 전

내가 중학생때 학원 선생님한테 이해안간다고 한참 질문했던걸

십년이 넘어서 해결했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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